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 이끌었다는 분석
규제 완화 속도조절론 제기되는 가운데
“단기적인 시장 불안 감내해야” 의견도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재건축발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오 시장의 등장은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 기대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2·4대책 이후 숨 고르기를 했던 서울 아파트값을 밀어올렸다. 오 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집값을 다시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주요한 방책인 만큼 궁극적인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당장의 시장 불안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7% 올랐다. 올해 2월 첫주 0.1% 상승한 이후 매주 상승률이 줄어들며 지난주 0.05%까지 낮아졌으나 이번주 2개월여 만에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전반적인 가격을 끌어올리며 주춤했던 주간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고 부동산원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노원·양천·영등포구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들 6개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한 곳이다.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
재건축발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규제 완화 속도전’을 공언해온 오 시장도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오 시장은 “너무 서두르다가 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하다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 오히려 누를 끼칠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지역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취임 직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데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5일 도시계획국 업무보고에서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점검했으나 높이 제한 완화나 용적률 상승 등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렵게 안정세를 잡아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할 경우 오 시장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던 ‘부동산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공약 자체가 집값 안정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집값 불안은 오 시장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공급확대가 목표면 단기적 불안을 견디더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을 텐데 지금은 목표가 가격 안정”이라며 “가격이 들썩일 경우 반대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고 추진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는 것도 집값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 인근 아파트가 움직이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한강변 재건축을 서두를 게 아니라 강북부터 부작용을 줄여가면서 재건축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궁극적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시장 불안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정적인 공급시스템 구축과 장기적인 가격 안정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가격 상승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활성화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의 단기적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전반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단기적인 가격 불안을 감내할 수 있는 정부와 시민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