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사업에서 정부 출연 기관이 내놓은 결과는...[신보현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➃]
지난 9일 시제 1호기를 세상에 내놓은 한국형 전투기(KF-21·보라매) 사업의 ‘타당성’을 놓고선 앞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여러 차례 대립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대다수는 사업추진 타당성에 ‘부정적 의견’을 냈고, 한국항공과 건국대 무기체계개발연구소(WCAR)가 낙관적인 분석을 내놨다.
시제 1호기가 출고된 상황에서 한국형 전투기 국내개발은 ‘타당했다’고 보는 게 옳다. 사업추진에 낙관적인 반응을 냈던 두 기관이 예상했던 개발 소요 시간은 실제 시제 1호기가 나오기까지 소요됐던 시간과 유사했다. 한국항공이 체계개발실행계획서에 제시한 출고 소요 기간은 5년 5개월, 건국대 WCAR은 출고 일정에 약 4년 10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봤다. 실제 소요된 시간은 5년 4개월 여 남짓. 예상 기간과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던 셈이다.
부정적 의견을 냈던 연구기관은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이 낮고, 기술로 인한 파급효과가 미비한 것을 문제 삼아왔다. 결과적으로 개발비가 과다하게 들 것이고, 전투기 개발로 인한 기술 파급력 또한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KF-21 보라매) [연합] |
필자는 이런 견해에 아쉬움을 전하고 싶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연구기관의 의견 도출 방식이 잘못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개발에 들어가는 연구비를 추정하는 ‘개발 비용추정’은 개발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국내기술 수준을 평가한 후, 이를 기반으로 비용을 산출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기관들은 해외업체의 개발 대안 비용(한국형 전투기를 개발 안 할 경우, 해외 업체에서 전투기를 대체할 때 들어간 비용)을 중심으로 삼고, 그들 기관에서 과거 수행했던 비용분석과 비교하고 보정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추정했다.
아울러 연구기관들은 관련분야 공학 전문가들과 현장 엔지니어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예비타당성 분석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을 배제했다. 이들이 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탐색 개발을 주도했음에도 말이다.
또 대만의 IDF 개발사례, 일본의 F-2 개발사례를 실패 사례라고 전제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대만, 일본과 같이 기술 수준이 낮고, 이에 따라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 지연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이런 분석이 탐색 개발 착수를 2년 지연 정도, 체계개발 착수를 3년 정도 지연 시켜 대략 5년 정도 사업 추진을 지연시켰다고 본다.
이는 결국 물가 상승에 따른 개발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건국대 WCAR이 지난 2009년 예측한 한국형 전투기 개발비용은 5.2조 원 규모였다. 하지만 3년 후인 2012년 탐색 개발에서는 대략 6조 원이 들 것으로 봤다. 그리고 2015년 12월, 실제 체계 개발 계약 체결 비용은 8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수조 원 이상 규모가 커진 셈이다.
물론 체계개발 계약 비용이 상승한 데는 쌍발엔진을 사용하게 된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사업추진에 대한 국책연구기관의 부정적 연구 결과가 개발착수 지연에 따른 엄청난 개발비용 상승을 유발했다고 본다.
‘자주국방’이란 비전을 놓고 봤을 때도 아쉽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지연되면서, 노후 전투기 다수가 퇴역 시기를 맞추지 못하고 수명을 연장해야만 했다. 일부는 대체 전력이 없는 상황에서 도태됐다. 일부는 한국형 전투기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FA-50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정부 출연기관의 의사결정은 국익을 위한 방향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서 정부 출연 기관이 내놨던 부정적 결과가 자못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정부 출연기관 연구결과는 국가방위전력 약화와 사업 예산 증가로 이어졌다. 이들 기관의 설립 취지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신보현 무기체계연구원장 (예 공군소장, 항공공학박사)
-1951년 충남 예산 출생
-1973년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美 해대원 졸업 (항공공학 석사 & 엔지니어)
-美 퍼듀대학교 대학원 졸업 (항공공학 박사)
-공군 장교(전투조종사)로 복무 (비행편대장/교관, 대대장/전대장/단장)
-공군본부, 국방부/합참/국방대학교 근무
(전략기획처장/본부사령/F-X사업단장/기참부장/연구개발관/해외정보부장/부총장)
-2006년 10월 31일 공군소장으로 예편(37년 9개월 군생활)
-전역 후 2006년 10월 31일 ~ 2019년 2월 28일 건국대학교 연구교수/방위사업학과 초빙교수
-2007년 3월 2일 ~2016년 2월 28일 건국대학교 무기체계 연구소장
-2015년 3월 2일 ~ 현재 ㈜ 무기체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