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로 매각 대신 ‘증여’ 택해
시장 매물 감소로 가격만 더 뛰어
“부동산 폭락 징조… 다주택자 매물 6월 전 던진다. 20%만 나와도 대세하락 시작.”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집값 폭락’을 예측하는 콘텐츠가 많다. ‘대폭락의 시작’ ‘역대 최대의 부동산 폭락이 온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도 많다. 요즘에도 각종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한 금융권 부동산전문가는 “다주택자 세금 강화 및 규제 압력으로 적어도 양도세 중과 유예기한인 6월 전에는 주택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반포동 아파트 단지. [헤럴드경제DB] |
다주택자들이 집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본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기간’이 지났다. 다주택자들은 6월 전 매물을 던지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 등에서 집계한 5월 집값 상승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세금 부담이 큰 일부는 파는 것보다 차라리 ‘증여’를 선택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에 본인이 계속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가족이 보유하는 걸 선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근 한 방송에서 주택양도세 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5월 말까지 기회를 드렸다. 그런데도 정부의 시책을 안 믿고 버틴 분들이 있다”고 했다. ‘기회를 줬다’ ‘버틴다’와 같은 표현은 나쁜 일을 당하기 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정부는 여전히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이 정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누구도 모른다. 다만 ‘집값 폭락론’을 주장하는 이와 정부 측의 예측과 달리, 시장에선 집값이 오른다고 보는 쪽이 훨씬 우세하다. KB국민은행이 중개업자들을 상대로 집값 전망을 조사한 5월 서울 ‘KB부동산매매가격전망지수’는 111.5로, 전월보다 7.9포인트 높아졌다. 오른 만큼 앞으로 집값이 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경매시장에선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115.9%로, 석 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낙찰가율이 오르는 건 경매 참여자들이 집값 상승을 예측하고 감정평가사에게 책정한 적정 가격인 감정가보다 높게 응찰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주택시장에 매물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최근 3~4년간 주택 인허가 흐름, 분양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2~3년간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크게 줄어든다.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다주택자들은 도무지 내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떤 방향으로 보나 집값은 당분간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얼마 전 열린 ‘헤럴드 부동산포럼 2021’에서 참석자들은 집값을 잡으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정부가 모든 집을 사서 공공임대를 하지 못한다면 누군가 집을 사서 전월세로 내놓아야 하는데 그 역할을 누가 하고 있느냐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전월세에 사는 사람들은 인구의 절반이다. 직접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대신해 집을 사서 임대를 놓는 사람들이 다주택자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게 하는 정책 기조는 얼핏 보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민간 임대주택 부족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전월세 상승은 집값이 뛰는 기본 배경이 된다. “다주택자를 단순히 투기꾼으로만 봐선 부동산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