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기준 정책 개선 요구 늘어날듯
“시장 영향 등 미리 고민했어야”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가 주택의 기준선이 돼온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9억원을 상향하기로 하면서 다른 부동산정책 기준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부세 기준과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나란히 높이기로 한 만큼 주택담보대출, 주택 특별공급, 분양보증, 중개보수 등 9억원을 기준점으로 삼는 다른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각각 상향하기로 했다.
정부와의 논의 과정에서 ‘상위 2%안’ 등은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세금 부과 기준선을 높이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종부세·양도세 완화를 당론으로 발표하며 물가·집값상승률 등을 반영해 과세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세제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종부세·양도세 기준이 상향될 경우 부동산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고가 주택 9억원 기준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요구가 나올 수 있어서다.
부동산시장에서는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종부세 기준인 9억원을 고가 주택을 판단하는 잣대로 삼아왔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을, 양도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 등 기준 가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9억원은 ‘비싼 집’을 결정짓는 일종의 심리적 저지선이다.
분양시장에서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분양보증도 제공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집을 살 때에도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20%로 제한된다. 중개보수도 최고요율 0.9%를 적용받게 돼 있다.
고가 주택 기준 현실화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9억원은 더는 비싼 집이 아니라는 차원에서다. 실제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 11억2375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위가격도 9억9833만원으로, 1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고가 주택 9억원 기준의 사실상 출발점인 종부세 개선을 시작으로 정책 개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정책 기준의 근거를 명확하게 세우지 않는다면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종부세 기준이 상향되면 다른 정책 기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종부세 상위 2% 기준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 않냐. 뚜렷한 논리 없이 논의가 진행되면 시장이 혼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제 개편안을 내놓기 전에 부동산정책 전반에 적용되는 고가 주택 기준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종부세 기준을 올릴 때 이어서 바뀔 여러 정책에 대한 시장 영향 점검 없이 단편적으로 결정된 것 같다”면서 “충분한 숙의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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