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사 대비 압도
성장성·잠재력 더 높아
자산관리부문이 승부처
혁신은 효율이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도 증시에서 금융회사들을 훌쩍 뛰어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금융주 1,2위에 나란히 오른 ‘카카오금융그룹’ 두 곳의 시가총액은 53조원 이상으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이나 신한지주의 2배에 달한다. 증시는 현재 시점에서 할인된 미래다. 기존 금융회사들의 효율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같은 혁신금융플랫폼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게 시장의 평가인 셈이다.
3분기 실적을 분석해보면 자산 500조원의 초대형 은행지주의 시총이 자산 30조원에 불과한 카카오뱅크의 3분의 2에 그치는 지가 드러난다. 올 들어 3분기까지 4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의 누적 순영업수익 평균은 5조3899억원이다. 이 가운데 46%인 2조4892억원을 판매관리비로 썼다. 카카오뱅크는 1조2092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거뒀고 이 중 15.5%인 1878억원을 판관비로 썼다. 수익은 관련 사업에서 얻은 매출이고, 순영업수익은 그와 관련된 비용을 제외한 수익이다. 영업이익과는 다른 개념이다.
핵심은 인건비다. 카카오뱅크 판관비 1878억원 가운데 48%인 907억원이다. 4대 은행지주(은행별 인건비는 미공개)는 평균 3조6500억원의 판관비 가운데 64%인 2조3560억원이다. 고용유연성이 극도로 경직된 환경에서 높은 인건비 부담은 기업가치에 치명적일 수 있다.
사람은 많은 데 효율도 낮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자산을 활용해 과연 얼마만큼의 순매출을 일으켰는지를 보자. 자산대비 순영업수익 비율은 카카오뱅크가 3.41%인데, 4대은행 평균은 1.13%다. 카카오뱅크는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충분한 차입을 일으키지 못했다. 5조5000억원의 자본이면 60조원까지 자산을 늘릴 수 있지만 아직 35조원 수준이다. 자산을 더 늘리면 효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와 좀 다르다. 금융의 가장 강력한 수익원인 이자이익 부문에서는 열세다. 카카오페이는 기본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이다. 은행 인가가 없어 수신으로 싸게 조달한 돈에 충분한 마진을 붙여 대출해 대규모로 이익을 내는 사업모델은 제한적이다. 비은행은 차입비율(자기자본비율)이 은행 보다 낮다.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이자 장사로는 카카오뱅크를 이기기 어렵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아직 이자시장 규모가 수수료 시장을 압도한다.
관건은 수수료 기반인 플랫폼이다. 신용카드와 증권, 보험은 기본적으로 수수료 사업인데 국내에서는 수익성이 극히 낮다. 다만 유통부문에서의 기회는 상당하다. 그 동안 카드사와 보험사는 대면 모집단계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해왔다. 카카오페이가 이를 플랫폼에 내재화한다면 비용을 수익으로 바꿀 수 있다. 증권은 상품판매 단계에서 수익이 가능하지만 절대규모가 크지 않다. 오히려 신용융자 부문에서 폭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기업가치가 보험·증권 부문 대장주였던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증권의 합(19조원)을 단숨에 넘어선 이유다.
미래에 가장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자산관리다. 기존 금융사들도 뛰어들고 있는 분야지만,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시장이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지속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상당수 개인들은,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스스로 자산관리 판단을 내리기를 선호한다. 고액자산가를 제외한다면 앞으로는 대면 보다 비대면 채널의 확장성이 더 크다.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과의 경쟁에서 카카오페이가 확실한 비대면 플랫폼 비교우위를 구축할 수 있다면 기업가치는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변수는 규제환경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기존 금융사에게도 공정하게 플랫폼으로 변신할 기회를 줄 모양이다. 카카오페이에 불리해 보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플랫폼 관련 제도적 틀이 좀 더 분명해 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당장에는 쉽지 않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전자금융업법 개정안 통과가 중요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