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공장건설 사업부 분리매각
2차전지 등 조단위 증설 예정돼
GS건설·자이S&D ‘대박’ 가능성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중은 포숙과 함께 장사를 할 때도 이익을 더 많이 챙겼다. 포숙은 관중이 가난한 까닭이라며 이를 이해해줬다. 관중의 잘못으로 포숙이 곤란에 처한 때도 있었다. 이 때도 포숙은 관중을 탓하지 않았다. 관중이 싸움터에서 도망쳐도. 절개를 지키지 못해도 포숙만이 비난하지 않았다. 관중이 죽으면서 환공에게 후임으로 포숙을 천거하지 않았슴에도 서운해 하지 않았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사이가 때로는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닌 뜻을 나누는 친구일 수도 있다.
이젠 허구지교(許具之交)란 말을 쓸만도 해졌다. 지금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20여년 전 LG와 GS가 분리할 때 비교적 쉽게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알짜’를 허씨 측에서 더 많이 가져갔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이 평가였다. 대표적으로 GS칼텍스다. 구씨 측은 전자와 화학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곳들을 맡았다. 그런데 분리 후 두 그룹간 첫 인수합병(M&A)에서도 허구지교가 새삼 확인됐다.
10일 GS건설은 자회사 자이에스앤디와 함께 설립한 지에프에스를 통해 에스앤아이건설 지분60%를 29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LG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내부 ‘알짜’ 일감을 떼서 GS에 매각하는 거래다.
㈜LG가 100% 지분을 가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2020년 기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의 매출액 1조3426억원 가운데 국내 계열사 매출만 1조1367억원이다. 사실상 내부 일감을 도맡은 계열사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내부 일감 비중이 가장 큰 시설관리와 건설부문을 분할해 각각 에스앤아이에프엠과 에스앤아이건설을 신설했다. 에스앤아이건설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 내부의 공장, 업무·연구·물류시설 등을 짓는 건축사업과 석유화학공장을 짓는 플랜트사업을 수행해왔다.
오는 30일 개정돼 시행되는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기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 상장사·20% 이상 비상장사에서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비상장사와 이들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로 확대된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두 달 여만에 분할된 건설부문을 GS건설에 매각하게 된 배경이다.
에스앤아이건설은 자산 3200억원, 자기자본 1052억원 규모로, 거래는 지분 60%에 2900억원의 값이매겨졌다. 그런데 내년부터 LG 주요 계열사들의 공장 증설 및 설비 투자 확대가 계획돼 있다. 당장 내달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6조원 이상의 국내외 전기차배터리 생산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분할 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 모기업인 LG화학 비중이 가장 높다.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는 잠재 일감을 가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거래는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 에스앤아이건설 인수금융을 담당한 글랜우드는 대기업 일감 유동화(carve out) 실적이 많은 사모펀드다. 자금을 댄 수익자가 누구인 지는 외부에서 확인이 어렵다. LG 측이 지분 40%를 보유하는 만큼 에스앤아이건설의 이익이 급증해도 GS가 독식하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LG 내에 대규모 내부일감이 예정된 상황이어 ㈜LG주주로서는 매각 가격이 적정했는 지에 대해서 추후 한번 살펴는 봐야할 듯 싶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