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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제주도민은 왜 이렇게 쓰레기를 많이 버려요?”
제주도는 전국 지자체 중 1인당 일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민이 하루 평균 1.09㎏의 생활폐기물을 배출할 때 제주도민은 60% 더 많은 1.77㎏을 배출했다. 직전해인 2018년의 경우에는 전국민 평균 1.06㎏, 제주도민 1.90㎏으로 차이가 더 컸다. 제주도민 생활 습관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걸까.
지난 2018년 환경부와 관세청이 평택시 소재 수출업체의 사업장 및 물류창고를 점검하면서 확인한 압축 쓰레기의 모습. [환경부] |
지난 2019년, 제주도는 ‘쓰레기 밀수출’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던, 재활용도 불가능한 쓰레기 더미가 경기도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는데, 그 출처로 제주도가 지목된 것이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현지 환경 운동가들의 모습과 제주도 내 쓰레기가 함께 소개됐다. 당시 되돌아온 쓰레기와 아직 수출되지 못한 쓰레기를 합쳐 평택항에 방치됐던 쓰레기 규모는 4666t에 달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킨 쓰레기가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며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왔는데 정작 피해는 경기도민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여기에는 오해가 있었다. 평택시, 경기평택항만공사, 세관 등이 본격적으로 샘플조사를 벌인 결과, 평택에서 문제가 됐던 4666t 중에는 제주도산 쓰레기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면죄부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앞서 2017년에도 제주산 압축폐기물 약 2700t이 필리핀 세부항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결국 반송조치 당해 평택항에 하역된 전례가 있기 때문. 지난해 초에도 필리핀에 남아있던 쓰레기 중 일부(약 800t)가 컨테이너 50개에 담겨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이 중 40%는 제주도에서 나온 쓰레기였다.
아름다운 관광 도시 제주도가 ‘쓰레기 수출 섬’ 오명을 쓰게 된 데에는, 쓰레기를 연료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제주시의 계획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이 한몫했다.
제주도는 2010년대 들어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내외국인 관광객과 상주 인구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주요 매립시설이 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제주시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의 90% 이상을 처리하던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 매립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였고, 주요 소각장 역시 노후화돼 실제 처리 가능량은 계획 대비 70%까지 떨어져 있었다.
지난 2019년 제주도 서부매립장에서 초과매립을 위해 이미 매립된 구덩이를 파놓은 모습. [제주환경운동연합] |
그래서 제주시가 내놓은 해법은 쓰레기를 고형폐기물연료로 만들어, 도내 열병합발전시설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고형폐기물연료는 생활폐기물이나 폐합성섬유, 폐타이어 등을 분쇄해 가연성 물질만 걸러내 만든 연료를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고형연료의 경우 수분 함량이 25% 미만일 경우에만 제품화가 가능한데, 38억원을 들여 구축한 고형연료 생산시설에 건조기가 누락돼 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제주시는 ‘고형폐기물 연료’라는 말 대신 ‘압축포장 폐기물’이라는 용어를 쓰며 압축 쓰레기를 양산했고, 이를 도외로 반출했다.
제주도는 2015년 4000여t으로 시작해 2018년까지 모두 9만t 이상의 압축포장 폐기물을 만들었고, 그 중 4만t 이상을 도외로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압축 쓰레기 반출·처리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가 쓰레기의 일부를 동남아시아로 불법 수출했던 것이다.
2019년 제주도 내 매립시설과 소각 시설이 추가로 준공되면서, 처리가 곤란한 압축 쓰레기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고 있다. 기존 압축 쓰레기도 오는 2023년까지는 소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는 것이 제주시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쓰레기 자정 능력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하루 처리량 500t 규모의 동복 소각장은 가동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이미 포화 상태다. 운영 초기에는 도민들이 배출한 일 300t 규모의 생활 폐기물만 처리했으나, 지난해 이후로는 호텔, 골프장 등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사업장 폐기물까지 처리되면서 가동률이 90%를 넘어섰다. 결국 제주도는 하루 처리용량 380t 규모의 신규 소각시설을 조성하겠다며 지난 27일 입지 후보 공모에 나섰지만, 실제 언제 조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의 1인당 일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전국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데, 이는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연간 1400만명 수준의 제주도 방문객들이 일회용품 위주로 소비하고, 분리배출 없이 쓰레기를 버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제주도 방문객은 100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올해는 1200만명 수준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쓰레기 처리 용량을 늘리는 접근법으로는 주민 불편,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전제돼야 하는데, 제주도특별법을 개정해 일회용품에 대한 보다 제주도만의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예 관광객들에게 환경 부담금을 걷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7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제주 방문객에게 1만원 범위에서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호주,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는 이미 쓰레기 처리, 주차장 대책, 폐기물 처리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한 목적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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