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 타이어 잘라내는데 성공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강에서 타이어를 목에 낀 채 입을 벌리고 있는 악어의 모습. [VOA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5년 넘게 목에 타이어를 끼고 있어 유명해진 악어가 마침내 타이어에서 해방됐다.
9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중부 술라웨시 팔루강에서 지난 7일 오후 한 주민이 악어의 목에서 타이어를 벗기는 데 성공했다.
지역 주민 틸리(35)는 3주 전 대나무에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묶어 덫을 만든 뒤 작전에 나섰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악어가 워낙 크고 위험해 섣불리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포기할 수 없던 틸리는 혼자서 작전에 나서 세번만에 성공했다. 그는 "영리한 악어는 내가 만든 덫을 두 번이나 빠져나갔지만 세 번째에 드디어 성공했다"고 기뻐했다.
틸리가 악어를 잡는 데 성공하자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50여명이 덫에 걸린 악어를 같이 뭍으로 끌어올려 입을 묶은 뒤 틸리가 마침내 타이어를 잘라냈다.
지역 주민이 합심해 악어 목에서 타이어를 잘라내 벗겨내고 있다. [VOA 유튜브채널] |
5m 20㎝ 길이의 이 바다악어는 2016년 9월부터 팔루만과 팔루강의 연결지점에서 오토바이 폐타이어를 목에 낀 채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후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지역 명물'로 떠올랐고, 국내외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부술라웨시 천연자원보호국(BKSDA)이 2020년 1월 악어 목에 걸린 타이어 제거에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호주의 내셔널 지오그래피 '몬스터 크록 랭글러' TV쇼 진행자이자 악어 전문가인 매트 라이트가 2020년 2월 인도네시아로 날아와 타이어 제거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천연자원보호국은 "틸리씨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2016년도부터 이어진 숙제가 이제야 풀렸다"며 "악어는 며칠간 건강 체크를 받은 뒤 다시 강에 놓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