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6300억달러, 일시적 완충재
모스크바 은행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길게 줄을 선 시민들. [텔레그래프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댓가로 서방의 ‘제재 폭탄’을 맞은 러시아에서 대량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bankrun)이 시작됐다.
28일(현지시간) 루블화 가치가 달러 대비 30% 가까이 폭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배 이상인 20%로 전격 인상했다. 이후 루블화 폭락은 약간 누그러졌지만 모스크바 오후 10시 기준 달러 당 103달러로 환율은 전날 대비 20%올랐다. 루블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연초 대비 28% 하락한 값이다.
외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도심의 은행 건물 주변에는 현금을 빼려는 예금자들이 몰려 대기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된 러시아 중앙은행은 1인 당 해외송금액 제한 등 자본 통제에 들어갔다.
러시아 경제전문가이자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막시밀리안 헤스 연구위원은 미국 CNBC 방송에 "이미 본격적인 뱅크런이 진행중"이라며 "이날 오전 4시부터 러시아 중앙은행도 자본 통제에 들어갔고, 이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가 소유하고 있는 스베르방크 유럽은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상당량의 예금이 인출됐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다닐로브스키 시장에서 한 시민이 루블화로 물건 값을 치르고 있다. [타스] |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 충격은 이제 시작이라고 진단한다. 러시아인은 불과 며칠 만에 저축액과 급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러시아인으로선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앞으로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한다는 얘기다.
헤스 연구위원은 "자본통제는 유지되겠지만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이 일시적으로 고통을 늦추는 것일 뿐"이라며 "러시아의 선택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완전한 뱅크런이 진행되고 있고, 많은 것들이 그 과정에서 내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환율 및 신흥시장 전략 헤드인 카막샤 트리베디는 서방국들의 제재와 관련해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을 목표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고 수준인 대략 6300억달러(759조원)로 당분간은 수출 수입 감소 등 제재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