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貨 가치 폭락 따른 高인플레 현상도
‘철수’ 서방 브랜드 마지막까지 즐기려는 사람들 몰려
저연령·전문직·고소득층 중심 해외 이주 움직임까지
[유튜브 'Зимняя Черешня'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명령을 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적 모험으로 인해 발생한 후폭풍에 러시아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에 따르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와 이에 따른 주요 서방 기업의 러시아 사업 중단 방침의 여파로 경제난이 발생할 것을 대비한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섰다.
미러와 인터뷰에 나선 한 모스크바 시민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식량 부족으로 인해 곧 배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미 슈퍼마켓에선 파스타나 밀가루, 쌀과 같은 필수품들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결정 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것도 시민들에겐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튜브 'YegorsTV' 채널 캡처] |
통역가로 일하고 있다는 모스크바 시민 다리나 씨는 “하루 전 600루블이었던 애완동물 먹이 가격이 오늘은 1100루블까지 올랐다”며 “비싼 것도 문제지만, 원하는 상품 자체를 찾기 힘든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한 러시아 국영 언론은 수퍼마켓에서 설탕 수백개를 구매한 남성의 소식을 전하며 “자신의 생활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암거래를 위한 사재기인지 알 길이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IT업계 종사자 일리야 씨는 “소비에트연방(소련)에서도 코카콜라는 있었다”며 “21세기 러시아에서 이제 서방 브랜드 제품이 씨가 마를 것”이라고 한탄했다.
14일부터 러시아 전역 850개 지점에서 영업을 무기한 폐쇄하는 맥도날드 매장에도 모스크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맥도날드 예레반플라자점 직원인 이리나 씨는 “하루동안 몰려든 손님으로 말도 안되게 바빴다”며 “일자리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맥도날드 직원들도 잔여 월급을 받겠지만, 앞으로 어찌할지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모스크바 내 한 KFC 매장에서 시간제 근무자로 일하고 있는 대학생 뱌체슬라프 씨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며 “일자리를 잃는 것에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 모두 먹여 살릴 가족이 있고,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의 잘못도 아닌데 러시아 일반 시민들이 벌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유튜브 'SCMP' 채널 캡처] |
모스크바 시민 가운데선 젊은 전문직군을 중심으로 해외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스크바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마샤 씨는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잘못 했다 거리에서 체포되는 이곳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하루 빨리 해외로 이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