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마틴·레이시온·GA-ASI 등 美 방산업체 문의 급증
미 국방부, 특별팀까지 구성해 유럽 무기 구매 요청 대응 중
伊 하원, 국방비 ‘GDP 2%’ 보고서 승인…獨·폴란드·덴마크 등도 증액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훈련 중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은 미국 대표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이 공동 개발했다. [A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그동안 국방력 강화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유럽 국가들이 미국 방산업체들이 개발한 첨단 무기에 대한 ‘패닉 바잉(panic buying)’에 나섰다. 그동안 과소평가했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데 따른 것이다.
고가의 첨단 무기 구매를 위해 유럽 주요 국가들은 잇따라 재무장과 군비 증강을 선언, 앞다퉈 국방 예산 증액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제(製) 무인기, 미사일, 미사일 방어 체계, 전투기 등을 긴급히 구매하기 위해 미국 주요 방산업체는 물론 허가 권한을 쥐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한 유럽 각국 정부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구매 문의가 쇄도하는 대표적인 미 방산업체는 록히드마틴사(社)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적 미사일 공격을 목격한 유럽 국가들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최신식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에 관심을 갖고 구매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 로이터의 설명이다. 록히드마틴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개발사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록히드마틴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최대 35대 구매하겠다는 독일과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GA-ASI가 개발한 최첨단 공격형 무인기 ‘MQ-9 리퍼’. [유튜브 'Haci Productions' 채널 캡처] |
국경에서 불과 20㎞ 떨어진 우크라이나 영토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을 겪고 있는 폴란드는 미국 GA-ASI가 개발한 최첨단 공격형 무인기 ‘MQ-9 리퍼’에 대한 긴급 구매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재블린’ 대전차미사일과 ‘스팅어’ 대공미사일 확보에 나섰다.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은 록히드마틴과 또 다른 미 군수업체 레이시온이 공동 개발·제작하며, 스팅어 대공미사일은 레이시온이 만들고 있다.
레이시온의 임원인 톰 래리버티는 “재블린 대전차미사일과 스팅어 대공미사일 재고가 바닥났다”며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는 문제가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 당국도 유럽 국가들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무기 구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팀까지 구성해 대응 중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외국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유럽위기관리팀 회의를 매주 열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우크라이나의 무기 수요를 지원하는 것에 더해 유럽 동맹국의 무기 구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옵션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규모 무기 구매를 위한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자국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점진적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승인했다. 2024년을 목표로 국방비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중·단기 목표를 의회가 지지한 것이다.
[세계은행 자료] |
현재 유럽에서는 독일과 폴란드, 덴마크 등이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공격용 드론과 최신 전투기 구매 등 군사력 현대화를 위해 작년 연 국방 예산의 두 배인 1000억유로(약 134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억지력과 방위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동맹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는 국방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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