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급팽창 수혜 고스란히
자산 10조 돌파…대기업 반열에
주식대비 수수료율 18배…숙제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대한민국 기업사(史)에 새로운 기록을 썼다. 창립 10년만에 영업이익이 4대 은행의 하나인 우리은행을 넘어선 데 이어, 대한민국 기업 직원 평균급여 1위에 올랐다.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블루오션’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결과다.
하지만 현재의 가상자산 수수료율이 적정한 지에 대한 화두도 던져준다. 지난 해에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거뒀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정체되면서 수익률이 부진하다. 가상자산 투자저변이 확대되면서 규제 틀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두나무의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지정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두나무가 31일 처음으로 공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 해 임직원 370명에 1010억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급여액은 3억9234만원이라고 밝혔다. 미등기임원 9명은 모두 425억원, 1인당 53억원을 받았다. 등기임원은 최대주주인 송치형 의장이 99억원, 김형년 부회장이 72억원, 이석우 대표가 28억원 등이다. 직원 보수는 엄청난 수준이지만 등기임원 보수는 다른 대기업 대비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다만 등기임원 대부분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 시 엄청난 차익이 예상된다. 가장 최근 평가된 두나무 기업가치만 2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두나무는 연결 기준 영업수익(매출)은 3조7046억원, 영업이익은 3조2714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241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대비 매출은 20배, 영업이익은 37배, 순이익은 46배 늘어난 경이로운 성장이다. 가상자산 가격급등과 거래폭증으로 수수료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매출이 3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비용은 4330억원에 불과했다.
거래플랫폼(주로 업비트) 매출이 1657억원에서 3조685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서비스 매출은 110억원에서 196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1년새 1조원에서 7조원으로 불어났고, 보유한 가상자산은 463억원에서 5227억원으로 가치가 높아졌다.
자산도 1년새 1조3681억원에서 10조416억원으로 급팽창했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지정되면 공시의무와 함께 상호 및 순환출자금지 등이 적용된다.
가상자산거래소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가 지난 해 하반기 신고된 29개 가상자산사업자(24개 거래업자, 5개 기타업자)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거래에 적용되는 평균수수료율은 0.17%로 한국거래소 주식매매수수료율 0.0027%보다 62배나 높았다. 업비트의 평균수수료율(방식과 거래규모따라 다를 수 있음)은 0.05%로 다른 거래소보다는 월등히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주식의 18배에 달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종목에 대한 공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가상자산거래소의 코인 정보제공 수준은 그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 증권사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데 따른 비용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수수요율에 걸맞는 서비스 수준의 개선은 숙제다.
한편 최근 은행권은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FIU의 가상자산거래소 신고수리의 핵심이 실명계좌인 만큼 은행이 진출하면 거래소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증권사들도 레드오션이 된 주식매매 서비스를 넘어설 새로운 기회로 가상자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