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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대 국회, 학폭 관련 법안만 42개 발의…통과된 건 2개뿐[이런정치]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학폭 법안만 40개…해결 의지 의문
‘사이버 학폭’ 명시해야 한다는 법안 대부분…하지만 논의 안 돼
‘정순신 자녀 학폭’ 두고 “문재인 정부 탓” vs “윤석열 정부 탓”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폭 논란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여야가 ‘제2의 정순신 아들’을 막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21대 국회에서 4년 간 처리된 학교폭력 법안은 단 2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3년 가까이 국회 교육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법안은 40개에 달한다. 이를 두고 여야가 학교폭력 사안을 정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달에 1건 이상씩 학폭 관련 법안 발의…고작 2개만 통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일 기준 21대 국회에선 총 42건의 학교폭력 법안이 발의됐다. 1년 간 14건, 한 달에 1건 이상씩 발의된 셈이다. 42건 모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하지만 2건의 개정안만이 21대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2020년 이탄희,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통합 조정해 처리했다. 학교폭력사안의 심의 과정에서 아동심리 관련 전문가, 특수교육 전문가 등을 출석하게 하거나 서면 등의 방법으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 사건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나머지 40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에선 지난 2020년 6월, 21대 국회 개의 직후 발의됐지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뒤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이 되지 않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대부분 가해자 처벌 강화·피해자 보호 지원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여야가 정순신 변호사 자녀 사태 이후 공통적으로 외쳐온 가해자 처벌 강화, 피해자 보호 지원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난 2020년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교육감에게 학교폭력상담치유센터 설립의무를 부과하고 센터의 사업 및 운영경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개정안의 내용도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및 가이드라인’ 연구 개발에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4월 대표발의한 법안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를 골자로 한다.

앞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학생을 우선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점 미비점을 개선하고, 일대일 전담제도를 통해 피해학생에 대한 맞춤지원을 강화하겠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학교 생활기록부에 중대한 학교폭력 가해기록 보존기간 또한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3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유기홍 교육위원장이 청문회 일정 변경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
법안 내놓기만 하고 처리는 안하는 국회…내용도 ‘대동소이’

이를 두고 여야 할 것 없이 학교폭력 이슈가 터질 때만 개정안을 ‘무더기’로 내놓고 처리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학폭 관련 법안 중 대다수는 ‘사이버 학교폭력’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사이버 학교폭력’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법에 명시되지 않아, 온라인 괴롭힘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취지의 법안만 5건 이상이다.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학교폭력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응한 결과다. 하지만, 이들 법안 중 단 하나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직 현행법에는 ‘사이버 학교폭력’의 정의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과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도비슷하다. 배 의원 개정안의 경우, 가해 학생의 보복행위에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해당 행위를 하는 경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임 의원 개정안도 피해학생에 대한 협박 및 보복행위에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한 행위를 포함하고, 이를 금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학교폭력 관련 법안을 신속처리하는 대신, ‘문재인 정부 책임론’, ‘한동훈 책임론’, ‘안민석 의원 자녀 학폭논란’ 등을 제기하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학교폭력 대응책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또다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기록을 검증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논리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학교폭력 건수는 2013년에서 2016년까지 2만여 건 안팎이었는데, 2017년엔 3만1240건, 2018년엔 3만 2632건, 2019년엔 3만1130건 등 문재인 정권 때 급증했다”며 “(문재인 정권은) 학교폭력 대책을 망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의원도 회의 모두발언에서 “학교폭력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2017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민주당이 공세를 펼치는 ‘정순신 자녀 학폭’ 사건도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최근 안민석 민주당 의원 자녀의 학폭 의혹을 제기하며, ‘정순신 청문회’가 아니라 ‘안민석 청문회’를 열자고 압박하고 있다. 그는 안 의원이 과거 ‘빵셔틀’은 친구들끼리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으며 연일 공격 메시지를 내고 있다.

민주당도 정순신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참사’이며, 이는 인사정보관리단을 관리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탓이라고 공세 중이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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