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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ELS 배상, 또 CEO제재가 변수(?)…이복현에 달렸다 [홍길용의 화식열전]
분조위서 배상규모 합의안 제시할 듯
판매액·손실규모 커 은행 재무부담 커
올 주총서 경영진 배임추궁 당할수도
판매 때 법령 금소법 아닌 자본시장법
‘불판’은 최대 징역형, 행정제재도 가능
경영진 중징계 피하면 소송전 택할수도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 배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월5 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의 해법으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이 부상하고 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금소법)에 따라 금융관련 분쟁조정은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분조위는 이해당사자들에게 합의를 권고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합의를 받아들이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판으로 가야 한다.

배상책임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을 위반해 금융소비자에 손해를 발생시켰을 때 성립된다. 분조위를 통해 합의가 이뤄지면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배상책임은 종결된다. 하지만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이 따로 있다면 배상이 끝이 아니다.

금소법에서 판매절차와 의무를 위반한 불완전판매에 따른 처벌조항은 1억원 이하의 과태료다. 금소법이 시행되기 전 자본시장법 체제에서는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는 부당금지권유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했다. 금소법 시행 이후 오히려 처벌이 약해진 셈이다.

잇따라 대규모 손실이 확정되고 있는 홍콩H지수 ELS 상품이 집중 판매된 때는 2021년 1~3월이다. 금소법은 2020년 3월에 만들어졌지만 시행된 것은 2021년 3월 25일부터다. 위법 여부는 행위가 발생한 당시의 법령인 자본시장법을 따르는 게 맞다. 징역형까지 가능한 위법이었라면 그 죄가 꽤 무겁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정적 제재 역시 무겁게 가해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행정제재를 정한 행정규칙인 금융기관검사및제제에관한규정을 보면 ‘동일유형의 민원이 집단적으로 제기되거나 금융거래자의 피해규모가 큰 경우’에는 기관경고, 임직원 문책경고가 가능하다. 문제가 된 홍콩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다. 현직 국민은행장과 신한지주 회장은 문제가 된 상품이 판매된 시점에 담당 부행장, 신한은행 행장으로 재직했다.

금감원 중징계를 받으면 현직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다만 행정적 제재는 위법·부당행위의 동기, 목적, 방법, 수단, 사후 수습 노력 등을 고려할 때 정상을 참작해 감경이 가능하다. 은행들이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배상을 한다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피할 명분을 가질 수 있다.

관건은 금감원이 그동안의 검사와 조사에서 불완전판매 혐의를 얼마나 확인했고 책임자 수준은 어떻게 정했느냐다. 국내 ELS 상품은 판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금감원이 불법이라고 주장해도 은행 측이 수긍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의 판매액이 워낙 많아 손해 액수가 수 천억 원대다. 불법 여부도 당사자 별로 다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자리가 위태로워지지 않는다면 국민은행장과 신한지주 회장이 적극적으로 배상에 임해야 할 이유는 적다. 불법 혐의가 있더라도 최고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을 정도가 아니라면 은행은 합의만으로 배상하기 보다 소송을 택할 만하다. 소송 없이 배상하면 자칫 경영진이 주주로부터 배임 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

금융주 특히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부분 0.4~0.5배에 불과하다.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불확실성(uncertainty) 이다. 금융사고나 돌발사태로 예측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다. 원칙적으로 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은 보전해주지 않아야 하는 게 금융의 원칙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원칙이 자주 무너진다. 투자자들의 불만과 민원이 폭주하면 금융당국 주도로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보전해줬다. 이번 ELS 사태와 관련해서도 투자자 책임원칙 훼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각종 금융부실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금융당국의 엄포에 경영진의 섣불리 응한다면 주주들의 반발을 자극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이번 홍콩H ELS 사태 해결을 서두른다는 지적이 있다. 논란을 피하려면 법과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중요하다. 금융회사 CEO가 자리보전을 위해 무리한 배상에 나서는 관행도 바람직하지 않다. 법령이 애매해 책임 규명이 어렵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반복되는 금융 사고에 정부와 감독당국의 책임 여부도 이 기회에 따질 필요가 있다. 안전한 예금을 주로 다루는 은행이 어려운 파생상품을 계속 팔도록 허용할지 여부도 재검토할 만하다. 판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물론 제도적 허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 언론도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이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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