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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탄핵·정청래 제명에 밀린 금투세·밀양 성폭행 사건 국회청원[이런정치]
與 “文정부 국민청원처럼 악용…정쟁 대신 입법용 청원 다뤄야”
밀양 사건 가해자 신상공개·급발진 책임 규명 등 청원은 ‘무한 대기’
법사위·과방위 등 ‘정쟁 상임위’ 제외하고는 잠잠한 8월 국회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후 중단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재요청’에 관한 국회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앞서 같은 내용 청원에 140만 명 이상이 동의해, 법사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 청문회가 두 차례 실시됐음에도 같은 내용의 청원이 재등록된 것이다. 정쟁소지가 큰 청원에 여야 관심이 쏠리는 탓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해외직구 규제 관련 청원이 다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재요청에 관한 청원’은 지난 9일 오전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 회부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달 29일 청원서가 공개된 지 11일 만이다. 청원인 최모씨는 청원 취지에서 “시급하게 당장 탄핵해야 하는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이 143만 명의 동의로 마감됐기 때문에 추가 동의자를 받기 위해 2차 윤석열 탄핵 청원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 비리 의혹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안 추진 등 대법원 판결 부정 등이 명시됐다.

여권에서는 같은 내용의 청원이 또 다시 상임위에 회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청원 제도가 악용되었던 것처럼 국회 청원도 악용되고 있다. 국회 청원은 민생에 필요한 입법 중 국회의원이 놓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과하게 정치적인 청원보다 진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청원을 다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생과 관련된, 상임위 회부 요건을 충족한 청원만이라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정당해산심판,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 해임 등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비판하는 국회 청원들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지만 민주당에서 관련 논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 관할 청원이거나 여야 큰 이견이 없는 청원 등이 대상이다.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법사위)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교육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처벌과 가해자 신상공개에 관한 청원(행안위)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 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정무위)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따른 해외직구 차단 범위의 합리적 제한 요청에 관한 청원(정무위) ▷금투세 전면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기재위) ▷제12보병사단 훈련병 사망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과 법 제정에 관한 청원(국방위) ▷폰히펠린다우증후군의 치료제인 MSD사 웰리렉의 보험급여 적용 요청에 관한 창원(보건복지위) 등이다.

국회 원내지도부 의원은 “양당 원내수석 간 협의를 통해 일부 민생법안을 8월 국회 내 처리하기로 하지 않았냐”며 “국회 청원도 탄핵 용도로만 쓰이는 것보다 진정한 민생을 위해 쓰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8월 국회에서 이들 청원에 대한 본격 논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9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결산’을 위해 열리는 8월 임시국회는 통상 ‘쉬어가는’ 회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는 결산 국회 이외의 일정 협의가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무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 폭락 사태 당시 현안질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오히려 주식장을 흔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회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8월 국회에서 이 같은 청원이 다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법사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전운이 감도는 상임위도 하나의 변수다. 과방위는 오는 14일과 21일 ‘방송 장악’ 청문회를 이어간다. 지난 9일 열린 1차 청문회의 연장선이다. 14일에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 청문회도 예고됐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눈 앞에 닥친 청문회 일정 때문에 민생 입법이나 청원을 신경쓰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이 뭐만 하면 탄핵, 국정조사, 청문회를 밀어붙이는데 소수여당이 막을 방도가 있겠냐. 여야끼리 이미 합의한 법안도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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