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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빅테크 사후 규제, 혁신 생태계 훼손 막을 고육책

구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반칙행위를 차단하고자 강력한 규제입법에 나섰던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예고했던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접고, 기존 공정거래법을 고쳐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위법행위(자사우대·끼워팔기·경쟁플랫폼 입점 제한·최혜 대우 요구 등)를 예방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했던 ‘대규모 플랫폼 사전 지정’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위법행위 적발 시 제제를 엄중히 하는 ‘사후 추정’으로 제재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불법 행위로 번 매출은 최대 8%(현행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제재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해당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임시중지명령’을 내리는 식이다. 사후 추정 대상 사업자는 경쟁 제한성이 없다는 입증 책임도 져야 한다. 대상은 중개·검색·동영상·사회관계망서비스(SNS)·운영체제·광고 등 6개 분야 플랫폼이다. 사전 규제에 대한 업계의 반발을 반영하면서 빅테크의 불공정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낸 셈이다.

정부가 사전지정제를 골자로 한 플랫폼법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규제 대상인 대형 플랫폼 뿐만 아니라 보호 대상인 중소상공인, 스타트업·벤처의 상당수가 플랫폼법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지정제는 마치 덩치 큰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으니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서 감시하겠다는 것과 같다. 빅테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과잉규제는 플랫폼을 통해 얻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무원 눈치를 보며 사업 활동을 해야 하는 풍토에서 플랫폼 생태계의 강점인 혁신과 투자, 성장이 꽃피기 어렵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을 짚으며 플랫폼법에 견제구를 날린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구글이나 애플 등 자국 기업을 위해서라지만 미국엔 불리하고, 중국엔 유리한 법이라는 지적을 무시하기 어렵다.

유럽은 이미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으로 독과점 사업자(게이트키퍼)를 지정해 특별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느냐며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경쟁시스템은 국가의 제도와 경제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유럽은 기술인프라와 혁신기업이 부족해 미국 빅테크를 의식한 자국보호주의 규제입법에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수많은 기술기업과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이 미래의 빅테크를 꿈꾸며 도전하고 있는 나라다. 한국의 빅테크가 경쟁 상대인 미국과 중국의 대형 플랫폼과 경쟁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물론 빅테크 기업이 소비자 후생과는 무관한 지배력 남용으로 혁신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은 없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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