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구심점·희미한 대세에 관망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이 오히려 윤한 갈등에 기름을 부은 가운데, 정치권의 시각이 ‘침묵하는 친윤석열(친윤)계’를 향하고 있다. 당의 주류이자 절대 다수인 친윤계는 총선 이전까지 당 지도부 선출·교체 과정에서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내세워 결정적인 역할을 도맡았지만, 한 대표가 선출된 7·23전당대회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이후 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의 감정의 골은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만찬의 형식과 독대 불발 원인을 놓고 앞서 지도부 내에서도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었다(장동혁 최고위원)”, “한 대표 스스로는 이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거 아닌가 그렇게 본다(김재원 최고위원)” 등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친윤계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 지도부의 친윤계 의원은 “당 대표라는 사람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물먹이고, 더 불통 이미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다만 친윤계의 불만은 수면 아래에서만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준석 대표→주호영 비대위원장→정진석 비대위원장→김기현 대표→한동훈 비대위원장→황우여 비대위원장→한동훈 대표’로 수장이 바뀌었는데, 주요 국면마다 친윤계가 공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이준석 대표 체제는 친윤계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비대위에 권한을 넘겨줘야 했고, 김기현 대표를 선출한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선 유력 당권 주자였던 나경원 당시 전 의원이 친윤계 초선의원들의 ‘연판장’ 사태 끝에 불출마했다. 당시 당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냈던 안철수 의원은 내내 대통령실과 친윤계와 갈등을 빚었다.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친한계에 비해 상대적 다수·중진급으로 구성된 친윤계가 침묵하는 배경을 놓고선 우선 “행동대장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윤핵관’이라 불렸던 장제원 전 의원은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원외 인사가 됐고, ‘찐윤’ 이철규 의원은 총선 패배 이후 원내대표 선거 출마가 무산되며 한걸음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7·23 전당대회 당권 레이스에 ‘윤심 후보’로 나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8.8%로 2위)의 성적표도 적잖은 타격을 줬다.
윤한 갈등이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돈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갈등이라는 점, 낮은 대통령 지지율도 친윤계가 신중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2027년 대선까지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은 ‘대세’를 따르는 데 익숙하다”며 “차기 대권주자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일단 관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의 침묵은 10·16 재보궐선거, 한 대표의 취임 100일 등이 예정된 10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천 강화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승리하지 못할 경우 한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친윤계 영남 의원은 “허니문은 100일까지”라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정치 스타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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