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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유튜브가 방송시장 잠식, 국내 방송 존폐 기로”
미디어 3학회 26~27일 연속 세미나 개최
“넷플릭스 수혜 극소수 배우에게만…사업자는 생존 싸움”
“방송사업자 규제 OTT 수준 완화…한국판 DSA 도입 필요”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지난 26~2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한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 연속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막힌 댐이 무너지며 외래종(글로벌 OTT)이 밀려 들어오는데 규제기관은 둑을 다시 만들 생각도 안 했습니다. 국내 미디어 시장은 ‘119 상황’입니다”(홍종윤 서울대학교 교수)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에 침투하면서 국내 방송 사업자들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지상파 및 국내 사업자는 방송법 규제를 받는 반면, 글로벌 플랫폼은 규제 공백의 이점을 누리면서 경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26~2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국내 미디어 시장 위기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주도하는 무한경쟁체제에 편입됐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시장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지난 26~2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한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 연속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헌율 고려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OTT는 규제 공백 상태에서 어느 국가보다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에 무임승차하고,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을 ‘하청 기지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OTT가 올려놓은 엄청난 제작비로 방송사 드라마 제작 수가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가 콘텐츠 제작 비용을 올리면서 국내 지상파·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고, 시청률 저하와 매출·이익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OTT는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대규모 자본을 갖추고 국내 콘텐츠를 수급하는 반면, 국내 미디어 사업자는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체급 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18조9734억원으로, 10년 새 처음으로 방송사업매출 감소를 기록했다”며 “지상파,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 홈쇼핑, 일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모두 매출이 감소해 방송 사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제작한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는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에 포함되면서 ‘오징어게임’ 같은 K콘텐츠가 세계에 확신됐지만, 넷플릭스에 선택된 극소수 배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힘겨운 생존 싸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지난 26~27일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한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 연속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사업자와 달리 국내 방송 사업자는 방송법 규제를 받으면서 ‘모래주머니’를 달고 경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방송법이 정쟁으로 방치된 가운데 글로벌 사업자들은 가짜뉴스, 청소년 중독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감 없이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방송 사업자의 규제는 완화하고 글로벌 OTT에 책임을 부과해 규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서 중간 광고 허용 범위를 넓히는 등 광고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를 방송 규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아닌, 국내 방송사업자 규제를 OTT 사업자 수준으로 완화하는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OTT에 대해서는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을 지도록 한국판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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