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아들과 '책방 오늘' 운영 중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6년 5월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소설가 한강(54)이 수년전 이혼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벨문학상 수상 뒤 언론에 소개된 '문인가족' 구성원 중 남편인 홍용희 문학평론가와는 오래전 이혼했다고 출판사가 바로잡으면서다. 과거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직후 남편으로서 소감을 밝혔던 홍 평론가가 이번엔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 부부 사이에 관한 궁금증이 커진 참이었다.
15일 뉴시스는 한 출판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강 작가는 남편인 홍용희 문학평론가와 오래 전 이혼했다"고 보도했다.
이혼 사실은 한강의 가족을 재조명하는 기사와 관련해 수정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출판사는 "한강 선생님께서 기사에 언급된 홍용희 문학평론가님과는 오래전에 이혼했기 때문에 현재 남편으로 보도되는 것은 그분께도 큰 누가 되는 일이라며, 반드시 수정되었으면 한다는 요청을 전해주셨다. 조속한 수정을 부탁드린다"고 알렸다.
2005년 찍힌 한강의 가족사진. 왼쪽부터 전 남편이자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대 교수, 한강 작가, 어머니 임감오씨, 아버지 한승원 작가[연합] |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후 언론은 한강의 작품세계는 물론 한강이 부친인 한승원 작가, 오빠인 소설가 한동림(본명 한규호), 동생인 소설가 겸 만화가 한강인씨까지 '문인가족' 출신임에도 주목했다. 그러면서 평론가로 활동하는 전 남편 홍용희 경희대 사이버대 교수까지 언급됐다.
아이를 낳지 않고 싶던 한강의 마음을 남편이 돌려놨던 사적 일화까지 다시 회자되면서 작가의 배우자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한 내용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 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으로 퍼졌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한강 작가가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강 작가의 서점 책방오늘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jun@] |
소설에 따르면 결혼한 지 2년 됐을 때 한강은 남편과 자녀 계획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당시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고 다가오는 세상의 빛깔은 삭막하게 보였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고 설득했고, 이 말에 웃음이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썼다.
경북 안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홍 평론가는 '김달진 문학상', '유심문학상' 등 여러 문학 관련 상을 수상한 문인이다.
뒤늦게 회자된 이 대화에 누리꾼들은 "감동적이고 낭만적이다", "부부간 대화도 문학적이다" 등 감동받았다는 댓글을 남겼다.
2016년 한강의 부커상 수상 직후 당시 남편이던 홍 교수는 언론에 "한 줄 한 줄 한 줄 혼신을 다해서 몸이 아플 만큼 쓰는 체질이다. 자신과의 치열한 대결이랄까 그런 것이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낳아서 기쁘다"며 "그렇게 열심히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고치는 과정이 옆에서 보기에 굉장히 존경스럽다고 해야할까, 경이롭다고 해야할까…그런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노벨상 수상 직후 한강의 소감은 부친인 한승원 작가의 입을 통해서만 대신 전해졌다. "전쟁이 치열해서 사람들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마다한 이유 등이다.
앞서 한강은 노벨문학상을 발표한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음을 언급했다. 한강은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정말로 놀랐고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100년간 매년 1명씩 작가 100명의 미공개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한 숲에 심어진 나무 1000그루를 이용해 2114년에 출간하는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에 2019년에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참여했는데, 그 미공개작의 제목이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다. 아들을 향한 작가의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강은 20대 중반의 아들과 함께 종로구 통의동에서 '책방 오늘'을 운영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 후 두문불출해온 작가는 첫 공식 행보로서 오는 17일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