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안 소송 결과까지 유예 전망
반도건설이 공급하는 오피스텔 ‘고덕 유보라 더 크레스트’, 단지 내 판매시설 ‘파피에르’에 대한 평택시의 시정명령의 효력이 중지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분양공고 오기(誤記)를 이유로 분양 취소를 요구하는 수분양자들의 요구 또한 평택시와 반도건설의 시정명령 취소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유예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법사유의 중대성 여부가 인정돼야 계약 취소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1일 반도건설이 공급하는 오피스텔 ‘고덕 유보라 더 크레스트’, 단지 내 판매시설 ‘파피에르’와 관련해 평택시가 내린 시정명령의 효력을 본안(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 후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분쟁의 해당 사업지는 2021년 7월 반도건설이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업무 9-1-1, 9-2-1블록에 분양한 오피스텔과 판매시설이다. 반도건설은 당초 분양광고에 용도지역을 ‘일반상업지역, 중심미관지구’로 표기했으나, 이후 잘못 표기한 사실을 인지하고 ‘중심상업지구’로 수정했다. 중심상업시설은 일반 유흥음식점, 특수목욕탕 등 위락시설이 들어설 수 있지만 일반상업은 불가하다.
이같은 분양공고 오기(誤記)를 인지한 수분양자들은 분양 취소를 요구하며 평택시에 집단민원을 넣었다. 이와 관련해 시는 반도건설에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이 명령의 효력은 정지됐다. 평택시 관계자는 “시정명령은 효력정지된 상황이지만 본안 소송이 남아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명령은 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라는 취지에서 내리는 조치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은 해당 시정명령이 내려지기 전 수분양자에게 오기 사실을 알리고 광고까지 다시 진행했다며 법 위반 상태를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편집 과정 중 오기를 바로잡기 위해 수분양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지절차를 진행했다. 또 해당 사업지는 허용용도가 ‘지구단위계획지구의 업무복합부지’로 지정돼 수분양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용도에는 변경이나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시가 내린 시정명령의 효력이 발생한다하더라도 수분양자의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소속 변호사는 “현재 시정명령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에 분양계약 해제 사유가 존재하지 않게되므로 본안 판결 때까지는 약정 해제 주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한 본안 판결에서 건설사 측이 패소해 시정명령 효력이 발생하더라도 이후에는 민사소송으로 가야하는데 시정명령에 의해 계약 해제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없고, 하급심 판결은 갈리고 있다”면서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법사유가 중대해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해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미한 경우에는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부추기는 로펌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제 악화와 스트레스 DSR 확대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값이 하락하면서 입주를 앞둔 분양계약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부추기는 로펌들이 있다”며 “하지만 과거 판례들을 보면 중대한 하자나 설계 변경, 명백한 시행사 책임이 보이지 않는 한 계약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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