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부터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부인 박영자 씨, 정몽규 포니정 재단 이사장(HDC 회장), 한강 작가. [사진공동취재단]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핫한’ 한강 작가 옆에서 사진은 찍고 싶고, 국감은 피하고 싶은 겁니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체육분야 국정감사에 끝내 불출석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혁신상 시상식에 포니정 재단의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했던 정 회장을 가리켜 “‘런몽규’, ‘축협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조현재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회장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방문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다만 오는 24일 종합감사에는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장에서 축협의 미비한 자료 제출 지적은 반복됐다. 배현진 국민의힘 위원은 “정 회장의 협회 사유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협회에서 활동 중인 대의원 36명 직무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며 “그런데 협회 측에서 현재 활동 중인 36명의 직업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비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체육분야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향한 강도 높은 질타도 이어졌다.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하이브가 응원봉 5000개를 대한체육회에 무상 제공한 것처럼 홍보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대한체육회가 응원봉 2000개를 구매하고 하이브가 3000개를 협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개당 2만2000원(부가세 10% 포함)에 구매한 응원봉 2000개를 개당 약 4만4500원(30유로, 9월 9일 기준)에 판매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장사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하이브 응원봉의 가격 방어를 위해 대한체육회가 현지 판매 가격을 맞춰준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의 방만한 예산 운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대한체육회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받은 분배금 현금 589억8000만원을 아무 근거 규정도 없이 자체 수익으로 편성해 평창동계올림픽과 무관한 대한체육회 인건비, 올림픽 기념 고가의 신상 스마트폰 구입 등에 64.8%을 썼다. 그런데 정작 평창동계훈련센터 조성을 위한 자금이 부족해 30억원을 은행에서 차입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돈이 사용돼야 할 항목에 안 쓰이고 엉뚱한 데서 탕진했다”고 지적했다.
[김승수 의원실] |
대한체육회의 파리 코리아하우스 운영 입찰과 관련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운영 입찰을 따낸 A사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체육회와 총 12건의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액은 90억원을 넘는다. 그런데 A사는 코리아하우스 입찰 당시 정량평가 점수가 가장 낮았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K-콘텐츠 홍보’ 명목 아래 아무렇게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잇따른 날선 질의에 대해 이 회장은 “100% 파악하지 못했다”,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다”고 답했으나, 대한체육회로 향한 화살을 문체부 탓으로 돌리는 발언도 적극적으로 이어갔다. 지난 1월 대한체육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연 체육인대회를 둘러싸고 질타가 이어지자 이 회장은 “문체부가 ‘대통령이 참석하기 때문에 규모를 키우라’고 했다”고 했다. 의원들이 대한체육회의 과시성 자금 운용을 문제 삼자 이 회장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문체부 승인을 다 받는다”고도 답했다.
이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육인들이 상품이냐”며 “대통령 납신다고 하면 인원 대동하고, 영부인 참석한다고 하면 예산이 배로 늘고, 문제가 되면 체육인들을 포용하려고 하지도 않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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