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공중전화부스. 쓰레기를 모아두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이영기 기자/20ki@]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아무도 안 쓰니, 쓰레기장으로 전락”
공중전화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한때 줄 서서 썼던 필수 생활 기능인 공중전화. 이제 1대당 하루 1명이 간신히 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급기야 유일한 사업자인 KT가 공중전화 담당 자회사를 또 다른 자회사 중 하나에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그간 내부 인원이 고령화될 만큼, 인력 수급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공중전화 자회사 KT링커스가 KT서비스남부에 흡수 합병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KT링커스는 공중전화 유지 및 보수, 공중 전화 부스 공간활용, 고객사·대리점 물류사업 등을 운영해오던 KT의 자회사다. 전체 직원 수는 250여명, 평균연령은 50대로 알려졌다.
공중전화 사진. [헤럴드경제 DB] |
이번 흡수합병은 KT링커스의 인력 고령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KT관계자는 “KT링커스 직원 대부분의 은퇴 시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안정화를 위한 조치”라며 “KT링커스의 전체 인원은 KT서비스남부에 고용 승계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원 수급이 어려울 만큼 공중전화 사업은 ‘애물단지’다. 사용자는 없는데, 유지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자도 크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공중전화는 국민의 필수 서비스로 규정됐다. 공중전화는 정부가 지정한 ‘보편적 역무’로, KT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동통신3사가 운영 자금 일부 부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공중전화를 찾는 사용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중전화 1대당 월평균 이용 건수는 30.8건이다. 통화량은 25.7분으로 집계됐다. 공중전화 1대의 사용자는 간신히 하루 1명인 셈이다.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전국 공중전화 수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공중전화 설치 대수는 2018년과 비교해 절반 넘게 줄었다. 공중전화 설치 대수는 ▷2018년 5만9162대 ▷2019년 4만6790대 ▷2020년 3만9230대 ▷2021년 3만5658대 ▷2022년 2만8858대 ▷2023년 2만4982대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배터리 충전소를 겸하는 공중전화 부스. [KT링커스 제공] |
‘애물단지’ 공중전화부스의 쓰임새를 넓히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전기차 충전소, 전기바이크용 배터리 스테이션, ATM기기 등 다양한 기능을 도입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설치 대수를 줄이며 효율화했지만, 적자는 여전히 100억원을 훌쩍 넘는 실정이다. KT 공중전화 수익 현환에 따르면 KT의 공중전화사업 영업손실은 2018년 184억원, 2019년 168억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3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줄여오고 있지만, 100억원 넘는 적자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KT 광화문 East사옥. [KT 제공] |
결국 KT링커스의 운영은 조정되게 됐다. 최근 김영섭 KT 대표가 이끌고 있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신설 자회사 2곳(KT OSP·KT P&M)을 설립하기로 하고, 회망퇴직과 함께 약 5700명의 본사 인력을 재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본사 인력 재조정과 함께 자회사의 운영도 함께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KT링커스를 흡수하게 되는 KT서비스남부는 호남·부산·대구·강원 등 거점 지역에서 집전화·IPTV 등 개통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KT서비스남부가 KT링커스를 흡수 합병하는 배경에는 전국 단위로 운영 중인 공중전화와 담당 지역이 넓은 KT서비스남부의 운영 성격이 맞아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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