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수천 배…학교·마을 위험에 노출돼
광양항 전경. |
[헤럴드경제(광양)=박준일 기자] 극소량만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 독성물질을 함유한 ‘피마자박’이 광양항과 울산항에 여전히 대량 보관돼 항만 주변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회 농해수위 주철현 국회의원(민주당, 전남 여수시갑)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대 항만(부산.인천.울산.광양) 중 올해 9월 기준 수입 피마자박 반입이 광양항은 7만4495톤, 울산항은 1만7401톤이다.
아주까리씨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피마자박'은 독성물질인 리신 함유량이 청산가리의 수천 배에 달해 대기 중 노출되면 0.001g 정도의 소량으로도 성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피마자박에서 나오는 리신은 생화학무기로 사용될 정도로 맹독성을 가진 단백질 원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비료를 만드는 데 쓰기 위해 주로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다.
피마자박이 보관 중인 광양 배후단지 내 창고를 기준으로 직선거리 800m에 초등학교가 있고, 200m 거리에는 마을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해양수산부는 피마자박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자 지난 7월 26일 전국 지방해양수산청, 4대 항만공사 등에 항만야적장 내 산적보관 중인 피마자박은 7월 말일까지, 항만 창고에 산적보관 중인 피마자박은 8월 말일까지 반출 조치토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7월 기준 광양항은 2만3천여톤, 울산항은 1만5백여톤이 해수부 행정명령 이후에도 항만 내 여전히 보관 중이어서 하역과정에서 노동자들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만이 아니라 항만 주변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는 “위험물질의 반입과 보관에 있어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철현 의원은 “피마자박의 반입에 대한 문제점과 위험성에 관한 보도가 작년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권한이 없다면서 계약관계나 규정을 따질 때가 아닌 것 같다”며 “하역노동자들의 안전과 항만 주변 마을과 학교에 피해가 없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의원은 “4대 항만 공사가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해양수산부는 조속히 항만공사 측과 협의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한편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피마자박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수입 유박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 확보 등 대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